시각계의 초기 단계
눈의 망막에서의 시각정보는 그 이후 뇌로 전달되면서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현재까지 밝혀진 기본적인 사항을 정리한다. 시각계
중에서도 초기단계 즉, 1차 시각피질까지의 특징을 정리한다.
입체를 느끼게 하기 위해 발전한 신경경로.
망원경과 쌍안경의 차이점을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쌍안경을 통해 보면
입체감이 살아있다. 눈이 2개인 이유는 시야에서 깊이 정보를 획득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눈이 두개인 모든 동물이 깊이 감각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시신경의
경로에 의존하여 결정되는 문제이다. 포유동물의 경우 시야에서부터 망막을 거쳐
뇌에 이르는 투사로에 관한 해부학적 관계는 다소 복잡하다. 개구리와 같은 하등
척추동물은 입력정보가 완전히 교차해서, 오른쪽 눈으로의 입력은 모두 뇌의 왼쪽
편으로 들어가고, 왼쪽 눈으로의 입력은 뇌의 오른편으로 들어간다. 이런 동물은
양안시(binocular vision)를 가지지 못한다. 쥐나 토끼와 같은 하등 포유동물의
경우 양쪽 눈의 시야는 부분적으로 중복되며, 이들에게는 불완전한 교차가
일어난다. 그래서 부분적인 양안시가 가능하다. 개나 고양이는 약 80%가 중복되어
상당한 정도의 양안시가 가능하다.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는 실제로 완전한
양안시를 가지고 있다. 즉, 각 망막의 왼쪽 절반(시야의 오른쪽)은 좌측
시각피질로 투사되고 망막의 오른쪽 절반(시야의 왼쪽)은 우측 시각피질로
투사된다.

한쪽 눈만으로도 깊이나 거리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여러 가지 단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양안시 입력에 의해 훨씬 더 많은 단서가 제공된다. 포유동물
중에서도 고양이나 늑대와 같은 포식동물은 매우 훌륭한 양안시를 지니고 있어서
먹이와의 거리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토끼나 사슴과 같은 포획동물은
양안시의 정도가 미약하다. 사실 이 동물들의 눈은 뒤쪽의 움직임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머리의 양측면에 붙어 있다. 영장류가 매우 뛰어난 양안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이들이 나무 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 또는 최소한 이들의 조상이
그러했다는 사실에 기인할 것이다. 만일 어떤 영장류가 나뭇가지와의 거리를 잘못
판단하였다면 그는 나무에서 떨어졌을 것이고, 그래서 그 유전인자는 후세로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영장류의 경우 각 망막의 왼쪽 절반, 즉 각 시야의 오른쪽 절반에서 나온
시신경섬유는 좌측 시상의 외측슬상체에 투사하게 되고, 각 망막의 오른쪽 절반,
즉 각 시야의 왼쪽 절반에서 나온 시신경섬유는 우측 시상의 외측슬상체로
투사한다. 이들 신경섬유는 시교차 (optic chiasm) 에서 교차하게 된다. 망막에서
시교차까지의 신경섬유를 시신경이라 하며, 시교차에서 중추신경계에 이르는
신경섬유를 시삭(optic tract)이라 한다. 시삭은 시상중계핵인 외측슬상체에서
다음 뉴런과 시냅스를 맺고, 이 뉴런의 축색이 대뇌피질의 시각영역까지 투사하게
된다. 시삭에서 외측슬상체, 그리고 종국적으로는 대뇌피질까지 가는 투사로가
고등 척추동물에 있어서 주된 시각로가 되며, 하등 척추동물에서는 몇 가지 다른
중요한 통로가 있다.

망막과 시각피질 사이의 외측슬상체
외측슬상체는 시각피질로 입력되는 시각정보를 중계해 주는 핵으로서, 원숭이나
인간의 경우 여섯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여섯 개의 층은 양쪽 눈으로부터
들어오는 입력의 견지에서 볼 때 완전히 분리된 것이다. 왼쪽에 있는 외측슬상체의
맨 위층과 3층, 5층은 좌측 망막의 왼쪽 절반에서 오는 입력을 받으며, 2층, 4층,
6층은 우측 망막의 왼쪽 절반에서 오는 정보를 받는다. 오른쪽에 있는
외측슬상체는 이와 반대이다. 왼쪽에 있는 외측슬상체의 여섯 개 층 모두가 좌측
시각피질의 제 4층으로 투사하고, 오른쪽의 여섯 개의 층은 모두 우측 시각피질로
투사한다. 외측슬상체의 각 층에서 시각피질로 가는 입력은 분리되어 있어서
시각피질의 제4층에 있는 뉴런은 어느 한쪽 눈으로부터의 입력만 받게 된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사실 시각피질의 제 4층에 있는 뉴런은 모두 상하
기둥형(column)으로 조직되어 있어서 어떤 기둥 하나가 왼쪽 눈에 대해 반응한다면
인접해 있는 기둥은 오른쪽 눈에 대해 반응하게 되어 있다.
망막에서 대뇌피질까지 투사하는 신경섬유는 고도로 질서정연하게 조직화되어
있다. 망막에서 인접한 부위는 외측슬상체에서도 인접해 있는 세포들과 연결되어
있다. 외측슬상체의 각 층에서 조차도 망막의 특정 영역에서 입력을 받는 세포들은
서로 근접해서 배열되어 있다.
1차 시각피질
대뇌피질의 일차 시각영역인 선조피질(striate cortex)은 각 대뇌반구의
후두엽에 있다. 본질적으로 시각피질의 영역은 망막의 영역과 점 대 점의 관계로
대표되어 있으나 일차 시각피질의 거의 절반은 망막의 중심와 영역을 대표하는
영역으로 되어 있다. 비록 망막에서 작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지만 중심와는 눈의
초점으로서, 상세한 시각정보는 이 영역을 경유하기 때문에 시각피질의 절반이나
되는 영역이 할당되어 있는 것이다.
David H. Hubel과 Torsten N. Wiesel에 의한 일련의 연구는 고등 포유동물의
시각피질의 뉴런이 시각적 형태를 어떻게 부호화하는지에 대해 수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이 업적으로 두 사람은 1981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포유동물의 신경절세포는 비교적 단순한 수용야와
반응형태("중심흥분-주변억제"과 "중심억제-주변흥분")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고양이, 원숭이, 인간 등의 외측슬상체 수준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더 복잡한 정보
부호화 과정은 시각피질의 뉴런에서 일어난다.
시각피질에 있는 일군의 세포는 망막의 신경절세포나 외측슬상체의 중계세포와
동일한 형태의 수용야를 가지고 있다. 이들 세포는 시각피질의 제4층에 있으며,
외측슬상체로부터 입력을 받는다. 또 이들 세포는 단안시(monocular vision)로서
한쪽 눈의 입력만 받으며, 또 그것이 좌우 교대로 배열되어 있다, 즉 오른쪽 눈
또는 왼쪽 눈에 의해 활성화되는 세포들의 구획이 교대로 제4층에 배열되어 있다.
예를 들면 오른쪽 눈의 구획, 왼쪽 눈의 구획, 다시 오른쪽 눈의 구획 등등이다.
이 제4층 단안세포 구획이 시각피질의 기타 뉴런에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 준다.
시각피질을 잇는 대부분의 뉴런이 어떻게 해서 제4층 뉴런의 기본적
"중심흥분-주변억제" 수용야로부터 보다 복잡한 수용야를 구성해 나가는가를
상상하기란 비교적 쉬운 일이다. 우리가 책상위의 흰색 타자용지를 보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흰색 타자용지는 빛을 반사하여 우리 망막의 상당히 넓은 영역에
투사될 것이다. 빛을 받은 망막부위에 수용야를 가지고 있는 일차피질세포들은
전혀 아무런 활동도 하지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심부와 주변부가 서로 균형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분명히 횐 종이를 볼 수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바로 경계선에 있다. 횐 종이가 망막에 투사된 것을 나타낸
아래의 네 가지 예를 생각해 보자. 세포1 은 그 수용야가 완전히 횐 종이 안에
들어 있고, 그래서 흥분과 억제가 서로 상쇄되어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다. 세포
4는 그 수용야가 완전히 흰 종이 바깥에 있기 때문에 역시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포 2는 종이 모서리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 수용야의
"중심흥분"영역이 흰 종이 안에 있고, "주변억제"영역은 일부가 그 바깥에 있다.
따라서 흥분은 완전히 일어나고 억제는 일부만 일어나기 때문에 반응률이
증가한다, 세포 3은 "주변억제"영역의 일부가 종이의 안쪽에 있고
"중심흥분"영역은 완전히 바깥에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활동은 억제된다. 그래서
종이의 모서리는, 한 열의 망막 세포는 흥분 시키고 다른 한 열의 망막 세포는
억제시킨다. 결과적으로 시각피질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흥분된 세포와 억제된
세포들이 표상될 것이다.

시각피질의 뉴런은 대부분 제4층의 일차 뉴런보다 훨씬 복잡한 반응 양상을
보인다. 즉, 그 세포들은 마치 시자극의 세부적인 특징을 탐지하는 것처럼
반응한다. 제4층에 있는 단순한 "중심흥분-주변억제"세포로부터 어떻게 그런
"세부특징탐지기(feature detector)"세포가 구성될 수 있는가를 보는 것도 쉬운
일이다. 즉 타자용지의 오른쪽 모서리에 의해 흥분되는 모든 세포들 -아래 그림의
세포 3와 같은 세포들이 시각피질의 어떤 뉴런과 연결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이 뉴런은 오른쪽 모서리 자극에 의해 활성화될 것이다. 즉, 그 세포는
"수직모서리탐지기(vertical edge detector)"세포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종이를
비스듬이 기울여 보자. 그러면 다른 일차 세포들이 그 경사진 모서리에 의해
활성화될 것이다. 그리고 만일 이들 세포들 모두가 어떤 뉴런에 투사된다면, 그
뉴런은 기울어진 모서리를 탐지하는 "경사모서리탐지기(edge detector)"세포가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시각피질에는 어떤 방향의 선이라도 구성될 수 있다.
시각피질의 세포기둥
Hubel과 Wiesel이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시각피질의 세포들이 수직으로 세워
놓은 기둥(column)처럼 조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세전극을 피질표면에서
직각으로 밀어 넣으면서, 그 속에 있는 세포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기록해 보면
그것들은 모두 동일한 방향의 모서리 자극에 대해서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기둥"에 속하는 세포들은 다른 방향의 자극에 대해 반응한다. 망막을
구성하는 소구역은 각기 시각피질의 소구역으로 투사한다. 그 시각피질의 소구역은
여러 세포기둥을 내포하는데, 각 기둥은 각기 다른 방향성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대뇌피질은 이런 수직기둥으로
조직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이같은 기둥 조직은 존즈 홉킨즈 대학의
Vernon B. Mountcastle이 체감각피질에서 제일 처음 발견한 것이다. 시각피질에는
매우 많은 기둥이 있어서 각기 다른 방향성 자극에 대해 반응한다. 더우기 시각계
전체에서 방향성 자극을 이런 기둥으로 집약하는 곳은 시각피질만이며, 기타 부위,
예컨대 외측슬상체에는 그런 편성이 발견되지 않는다. 생각컨대, 시각피질에서
기둥 조직에 의해 방향성 정보를 부호화하는 것이 시각적 공간을 뉴런에 의해서
재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Hubel과 Wiesel은
"세포기둥은 세포들의 단순한 집합이 아니라 역동적 기능단위이다"라고 하였다.

요약해 보면, 제4층의 세포를 제외하고 일차 시각피질의 세포의 수용야는
대부분 원형이 아니라 직사각형이나 모서리 모양이다. 또한 수용야의 방향성과 그
운동도 중요한 변인이다. 그래서 각 세포는 특정한 방향을 지닌 모서리 자극에
대해 반응하며, 또 그것이 정해진 각도에서 정해진 방향으로 움직일 때 가장 잘
반응한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일차 시각피질에 있는 대부분의 세포는 특정방향의
모서리나 경계선에 대해 반응하며, 또 그것도 그런 자극이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한 방향의 모서리에 대해 반응하는 뉴런, 즉 "모서리탐지기"는 "단순한"
수용야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림에서, 원형의 수용야를 가진 일렬의 제4층
세포들이 모두 다 하나의 모서리 탐지세포에 연결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그 세포는
특정방향의 모서리자극에 대해서만 반응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단순한
모서리탐지세포는 모서리자극이 망막의 특정한 위치에 닿을 때만 반응하게 된다.
일차 시각피질에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뉴런으로서 복합세포라는 것이 있다.
이러한 뉴런 역시 특정방향의 모서리에 대해서만 반응하는데, 그뿐만 아니라 그
모서리 자극이 가해지는 곳이 망막의 특정한 위치가 아니더라도 관계없다 즉,
모서리자극이 망막의 어떤 곳에 닿든 관계없이 방향만 일정하면 복합세포는
반응한다.
또한 시각피질에는 "초복합세포" 라는 뉴런이 있다. 이 세포는 망막의 넓은
영역에 걸쳐 그 어느 곳에 투사되든지 관계없이 특정한 크기와 형태를 지닌 물체에
대해서만 반응한다. 초복합세포의 예가 그림에 나타나 있다. 이 세포는
"직각탐지기"인데, 그 수용야 어디에서든 직각에 대해서는 반응하지만 직선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는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시각피질의 뉴런은, 어떤 것은 시자극의
단순한 국면에, 또 어떤 것은 복잡한 국면에 대해 반응한다. 어떤 점에서 이같은
반응은 인간의 지각경험과 유사하다고 하겠다. 예컨대 우리들이나 그림의
초복합세포가 직각에 대해 반응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세포가
지닌 수용야의 특성이 바로 우리의 지각이라고 단정하기가 쉽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런 단정을 할 수가 없다. Hubel과 Wiesel의 말을 들어보자.
"일차 시각피질영역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며, 최후 단계에서 방향성에 대한
정보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궁극적으로 우리는 제각기 매우 특정한 대상(예컨대
할머니 얼굴)에 대해서만 반응하는 세포를 찾을 수 있는가? 한 가지 대답은,
우리는 그러한 세포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는 않지만, 더 나은 해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뇌의 작용에 관한 이론을 이리저리 궁리해 내는 것이 연구자들에게
열린 유일한 길은 아닌 것이다. 그런 이론보다는 뇌에 대해 실제로 관찰하고
실험하는 것이 우리에게 보다 큰 즐거움과 실질적인 진보를 안겨다 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