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편의상 이들 기타 시각영역을 단순히 V1, V2등등으로 지칭하겠다. V1영역은 원래의 일차 시각피질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이 영역은 [25,기초]시각계의 초기단계에서 설명한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즉, 광점을 탐지하는 제4층 세포, 안지배성과 방향성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단순세포 및 복합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V1영역에 대한 입력은 망막에서 비롯하여 시상의 외측슬상체를 경유해서 이 영역의 제4층 세포에 이른다. V2영역의 입력은 대부분 V1에서부터 들어오고, V3영역의 입력은 대부분 V1과 V2영역에서 들어오는 식이다. 그래서 시각정보는 점진적으로 집중되게 된다. V2영역의 세포는 대부분 복합세포이며, V3영역에 있는 세포들은 절반 이상이 초복합세포이다.
이같은 집중효과에 덧붙여서 V1영역의 세포와 V2, V3, V4, V5영역의 세포 안의 또 다른 차이점은, 후자에 속하는 세포는 대부분 양쪽 눈에서의 입력에 대해. 똑같이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들 양안세포는 대부분 각 눈에 대한 반응이 약간 다른데, 이것이 깊이 지각의 신경기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두 눈을 가지고 사물을 보기 때문에 삼차원의 세계를 볼 수 있다. 물체가 멀어지면 두눈의 각도는 거의 평행하게 되고, 물체가 점차 가까와지면 두 눈은 점차 코가 있는 방향을 가리키게 된다. 물체의 상은 두 눈의 망막의 약간 다른 위치에 맺히게 된다. 이것을 망막 부등(retinal disparity )이라 하는데, 이것은 이차 시각영역에 있는 양안세포의 반응의 차이에 반영되며 3차원적 입체감에 대한 주된 시각단서가 된다. 삼차원적 입체영화는 각기 다른 색체 필터를 끼운 두 대의 카메라를 양쪽 옆에서 동시에 사용하여 만든 것이다. 이런 영화를 볼 때는 각기 다른 색체 필터가 달린 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데, 그러면 그 영화가 입체적으로 보이게 된다. 이것은 그 영화를 두 개의 카메라를 통해서 보는 것과 같기 때문인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보통 두 눈으로 사물을 보는 방식인 것이다.
색채란 외부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보는 사람의 눈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물체는 여러 가지 파장의 빛을 반사하지만 이러한 빛의 파장 그 자체가 색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은 여러 가지 파장의 빛을 식별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서 색채시각을 개발한 것이다. 눈은 매우 단순한 방식으로 여러 가지 파장의 빛을 색채로 바꾼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인간의 눈에는 세 가지 종류의 추상체, 즉 색채 수용기가 있으며, 이것은 각기 적색, 녹색, 청색의 빛 중 어느 하나에 반응하는 광색소를 가지고 있다. 이들 추상체세포는 다음 뉴런에 연결되며, 색채정보를 뇌로 보내게 된다.
색채에 대해 반응하는 신경절세포에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적색광에 대해서는 반응하지만 녹색광에 대해서는 억제된다. 둘째 신경절 세포는, 녹색광에 대해서는 반응하지만 적색광에 대해서는 억제된다. 셋째는, 황색광에 대해서는 반응하지만 청색광에 대해서는 억제한다. 마지막의 신경절 세포는, 청색광에 대해서는 반응하지만 황색광에 대해서는 억제된다. 이같은 적과 녹, 황과 청의 반대 과정으로 반응하는 색채 신경세포들을 실제로 처음 발견한 사람은 캘리포니아 대학의 De Valois교수이다, 색채지각에 대한 이론은 이미 19세기에 두 가지가 제창되어 있었는데, Young-Helmholtz이론은 적색. 녹색, 청색의 삼원책 수용기가 눈에 있다는 설이었고 Hering이론 (오늘날에는 Hering-Hurvich이론이라 함)은 적-녹, 황-청의 반대쌍의 수용기가 있다는 설이었다. 이제까지 강하게 대립되어 왔던 이들 두 이론은 De Valois의 연구로 인해 모두 다 옳다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즉, 눈에는 사실 세 가지 종류의 삼원색 수용기가 있으나 색채정보를 뇌로 전달해 주는 신경회로는 이들 수용기의 정보를 반대쌍의 색채정보로 바꾸어 주게 된다는 것이다.
색채에 대해 반응하는 시각피질의 세포는 주로 영역 V1,특히 가장 상세한 시각경험을 일으키는 망막의 중심부위와 대응되는 영역에 있다. 망막의 중심부위에는 추상체만 밀집해 있고 간상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각피질의 영역 V1의 색채뉴런은 눈에서 색채를 처리하는 뉴런과 똑 같은 반대과정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해서 색채정보의 처리는 V1, V2, V3에서는 현저하지 않으며, 완전히 별개 영역인 V4영역이 색채지각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V4영역에 있는 대분분의 뉴런은 좁은 범위의 파장대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며, 전체적으로 보면 각각의 뉴런이 색채 파장대의 모든 빛에 대해 각기 반응한다, 이들 뉴런은 자극의 모양, 크기, 운동에는 별로 관여하지 않고 오로지 색체정보에만 관여한다. V4영역에 손상을 입은 환자 들에 대한 임상보고를 보면, 그들은 색채지각 능력에는 결함이 있지만 모양이나 운동지각 능력에 는 결함이 없다.
가장 놀랄 만한 시각영역은 시각-측두엽영역(VTE)으로서, 이 영역은 망막 지도를 가지지 않는 것 같으며 오랜 동안 시각영역으로 간주되지조차 않았었다. VTE영역은 측두엽의 연합피질에 있으며, V6 영역과 기타 이차 시각영역으로부터 고도로 처리된 복잡한 입력을 받는다. 원숭이의 VTE영역을 손상시키면 특정한 시각과제를 학습하기가 어렵게 된다.
VTE영역이 특정한 시각 입력을 받는다는 발견은 우연적 발견의 고전적인 예라 할 것이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하버드 대학의 Charles Gross와 그 동료들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이 영역의 뉴런이 시각자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찾고자 하였다. 그들은 광점, 모서리, 막대 등과 같은 기본적인 표준시각 자극을 사용하였다. 이들 자극에 대해 VTE의 뉴런은 약간 반응하였고, 한편 소리나 촉자극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 영역이 시각영역이기는 하지만 무슨 대단한 것은 못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중, 별 성과도 없이 한 뉴런을 장시간 연구-이 뉴런은 기본적 자극에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한 다음, 그들은 다른 세포로 옮겨가기로 결정하였다. 그래서 연구자가 그 세포의 연구를 끝내고 다음 세포로 넘어간다는 작별인사의 뜻으로 원숭이의 눈앞에 손을 들어올려서 흔들었다. 그랬더니 연구자의 흔드는 손에 대해서 그 세포가 갑자기 맹렬한 반응을 보였다, 말할 필요 없이 연구자는 그 세포를 계속 연구하기로 했다. 연구자는 즉시 종이를 여러가지 형태의 손 모양으로 잘라서 원숭이에게 제시하였다. 그 결과, 그 세포는 위로 향한 원숭이의 손 모양에 대해서 가장 잘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VTE 영역의 뉴런은 매우 특수하고 복잡한 모양에 대해 반응하는 것으론 생각된다. 그러나 이 영역에 대한 우리의 이해 정도는 아직까지도 매우 단편적인 것이다.
실제로 여러 이차 시각영역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이들 영역의 기본적 조직은 기둥 구조, 즉 표면에서 심부까지의 세포집단이 공통적 기능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둥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 차원의 정보가 처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V1 영역을 생각해 보자. V1영역의 이차원적 표면은 망막에 대한 공간적 지도로서, 우리가 보는 시각세계의 공간성을 표상해 준다. 그리고 우안지배성과 좌안지배성은 여러 기능의 열이 교대로 배열함으로써 대표되고 있다. 각각의 안지배성 열에는 수많은 기둥이 있어서 각기 다른 방향에 대해 반응한다. 그래서 V1영역은 사차원적인 배열을하고 있는바, 그중 두차원은 망막의 표면을 표상하고, 피질표면을 이루는 두 차원은 안지배성과 선의 방향성을 각기 대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