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의 신경조직
모든 시각계는 광 수용기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광 수용기란 빛에너지에 대해
반응하는 세포를 말한다. 광 수용기 세포는 빛에 대해 화학적으로 반응하는
광색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이 광색소의 생화학적 특성은 상당히 규명되어 있다,
광색소는 레티닌(retinene)과 옵신(opsin)의 결합체인데, 레티닌은 비타민 A분자의
유도체이며 옵신은 단백질의 일종으로서 광색소마다 그 종류가 다르다. 예를 들면
인간의 망막에 있는 간상체 (rod)는 명암을 탐지하는 기능을 하는데, 간상체에는
로돕신(rhodopsin)이라는 광색소가 들어 있다. 로돕신은 레티닌과 옵신단백질의
일종이 결합된 것이다. 색채의 지각을 담당하는 추상체 (cone)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그리고 각 추상체마다 다른 광색소를 함유하고 있는데, 각각의 광색소는
레티닌과 각기 다른 옵신의 결합으로 되어 있다.
빛이 간상체에 닿으면 로돕신은 레티닌과 옵신으로 분해되어서 수용기를
활성화시킨다. 이같은 화학작용으로 인해 수용기세포의 막전위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런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아직까지도 확실하지 않다. 분해된
레티닌과 옵신은 로돕신으로 재합성된다. 빛에 의해 간상체나 추상체 세포막에
일어나는 전압변화를 수용기 전위 또는 발전기 전위라 한다. 이 둘이 각기 다른
현상이지만 광 수용기에서는 동일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즉, 광 수용기에서
전위가 발생(수용기 전위)하는 동시에 이것이 다음 뉴런에게 전위를 발생(발전기
전위)시키기 때문이다. 빛 자극에 의해 간상체나 추상체 막전위에 변화가 일어나면
막의 이온 투과성에 변화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수용기 세포막에서 신경
전달물질이 방출되어 다음 뉴런의 막전위에 변화를 야기 한다.

추상체와 간상체의 전자현미경 사진.
눈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각세계에 관한 정보를 뇌로 전달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시신경섬유에 의해 이루어진다. 시신경의 뉴런인
신경절세포(ganglion cell)는 그 세포체가 망막에 있으며, 그 축색이 뇌로
투사한다. 신경절세포는 눈 자체에서는 마지막 출력에 해당하며, 전형적인 뉴런과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즉, 망막의 여타 뉴런으로부터 들어온 입력에 의해
신경절세포의 막전위가 역치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그 축색의 최초분절에서
활동전위가 일어나게 되고, 그것이 신속하게 뇌도 전달된다(신경절세포의 축색은
유수축색이며 이 축색의 다발이 시신경을 이룬다).
눈의 수정체(렌즈)는 외부의 상을 상하좌우 꺼꾸로 해서 망막에 상을 맺기 때문에
시야의 중심에서 오른쪽에 있는 물체는 망막의 왼쪽에, 왼쪽에 있는 물체는 망막의
오른쪽에 맺힌다. 그리고 렌즈의 변형 정도는 가까이에 있는 물체의 거리지각의
단서로도 사용된다.
비록 상하좌우가 완전히 역전된 형태이기는 하지만 현실세계에 대한 완전한
시각상이 각 눈의 망막에 투사된다. 두 눈은 약간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보기
때문에 각 눈의 망막상은 약간 불일치하며, 이러한 망막상의 불일치가 물체의
거리, 특히 1 m이상 떨어져 있는 물체의 거리지각에 대한 부가적인 단서를 제공해
준다.
거리나 길이지각에 있어서 두 눈을 사용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양쪽
눈으로 사물을 볼 때와 한쪽 눈만으로 사물을 볼 때의 시각경험을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깊이지각은 한쪽 눈만으로도 가능하지만, 그런 경우의 깊이는 양쪽
눈을 다 사용했을 때보다 뚜렷하지 못하다. 좌우 눈이 각기 이 세상을 완전히 볼
수 있고 그 시각상 간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뇌의 시각영역의 정상적
발달에 중요한 공헌을 하는데, 이것에 관해서는 시각계에서 다루기로 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척추동물의 눈에는 간상체와 추상체라는 두 가지 형태의
광수용기가 있다. 일반적으로 간상체는 명암에 대한 감각을 매개해 주며,
추상체보다 빛에너지에 대해 더욱 민감하다. 즉, 간상체는 역치가 낮아서 아주
소량의 빛까지도 탐지할 수 있다. 추상체는 물체의 세부적인 면까지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며, 또한 색체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인간의 눈에는 세 가지
종류의 추상체가 있다. 하나는 적색광에 대해 가장 민감하고, 또 하나는 녹색광,
나머지 하나는 청색광에 대해 가장 민감하다. 조명수준이 낮으면 추상체의 기능은
저하된다. 해질 무렵 야외에서 밤이 될 때를 보면, 모든 물체들이 그 색채를 점차
상실하여 나중에는 회색의 음영만 보이게 된다. 이처럼 어둠이 점차 증가하면
추상체는 그 기능을 점차 상실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간상체만으로 사물을 보게
된다. 우리가 초점을 맞추게 되는 망막의 영역인 중심와(fovea)에는 추상체만
밀집해 있다. 그래서 사물을 응시하면 그 응시점의 빛은 망막의 중심와에 투사하게
되며, 그 부위가 가장 자세하게 보인다. 중심와에서부터 멀어질수록 추상체는 점점
줄어들고 간상체는 점차 증가한다. 그러므로 희미한 별을 잘 보기 위해서는
간상체가 밀접해 있는 망막 주변부에 상이 맺히도록 의도적으로 그 별에 서 몇 도
정도 떨어진 곳을 응시하는 편이 좋다.
동물에 따라서는 간상체만 있는 동물이 있는데, 특히 야행성 동물이 그렇다, 또
어떤 동물은 추상체만 있는 것도 있다. 인간과 원숭이는 간상체와 추상체가 모두
있다. 사실 짧은꼬리원숭이 의 망막은 인간의 망막과 똑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인간이나 원숭이 모두 간상체와 세 종류의 추상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떤
종류의 원숭이들은 단지 한 종류 또는 두 종류의 추상체만 가지고 있어서 인간
색맹의 동물모형에 해당한다. 세 가지 종류의 추상체 색소만 있으면 빛의 모든
색깔을 지각할 수 있다는 증거는 인간의 색배합에 대한 행동적 연구에서 볼 수
있다. 이런 연구에서는 피험자에게 원형의 시야를 제시하는데, 그 중 절반은
실험자가 선택한 색을 제시하고 나머지 절반의 색은 피험자가 세 가지 광원의
강도를 조정함으로써 정정하게 되어 있다. 세 가지 광원은 세 가지 추상체 색소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파장의 빛을 방출하도록 되어 있다(광원은 레이저처럼
단일 파장의 빛을 만들 수 있는 것임). 그래서 피험자들은 세 가지 색 광선의
강도를 증감시켜서 실험자가 제시해 준 것과 똑 같은 색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하여 어떠한 색도 똑같이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인간의 모든
색체경험이란 세 가지 종류의 추상체 색소의 상대적 흥분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다.
간상체와 같은 광수용기가 빛에 대해 반응하는 양식은 망막의 개재뉴런도
그렇지만 상당히 놀라운 방식을 취한다. 간상체가 빛에 의해 활성화되면 간상체는
과분극, 즉 그 세포막의 내부가 더 음극화된다. 보통의 뉴런의 경우의 이러한
과분극은 그 뉴런이 억제되거나 덜 반응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간상체의 안정막전위는 일반적인 뉴런의 안정막전위보다 O볼트 쪽으로 훨씬 가깝게
되어 있다. 이같은 현상은 안정상태에서 Na+이온에 대한 막의 전도도가 높기
때문이다. 즉, 간상체의 막은 안정상태에서 일부 Na+이온통로가 열려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광자가 로돕신을 분해하게 되면 이들 Na+이온통로의 일부가 닫히게
되고, 따라서 막전위는 보다 음극화되어 K+이온의 평형전위에 가까와지게 된다.
뉴런의 경우 축색 단말에서 방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은 그 축색 말단의
감분극 정도에 정비례한다. 일반적으로 축색말단의 감분극 정도는 매우 커서,
신경충동이 축색말단에 도달함으로써 야기되는 감분극의 크기는 약 120mV
정도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만일 간상체가 뉴런처럼 반응한다면 간상체가 빛에
의해 과분극 됨으로써 방출되는 전달물질의 양은 오히려 줄어들게 될 것이
예상되는데, 사실 그렇다, 실험결과를 보면 완전히 어두울 때 간상체가 최대량의
전달물질을 방출하며, 간상체가 빛자극을 받으면 전달물질을 더 적게 방출한다.
다시 말해서 간상체가 받는 빛에너지, 즉 광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간상체는 더욱
과분극하게 되고, 전달물질의 방출량은 더욱 줄어든다. 간상체는 양극세포와
시냅스를 맺고 있으므로 그 시냅스에 전달물질을 방출하며, 그러면 양극세포의
막전위가 변화한다. 양극세포는 망막에서 광수용기와 신경절세포를 연결시켜주는
개재신경이다. 양극세포는 활동전위를 일으키지 못하고 단지 증감만 하는
전위(graded potential)만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뉴런과 차이가 있다. 이
전위는 양극세포의 축색을 따라 전도되어 그 끝에 가면 전달물질 방출에 변화를
야기하는데, 이 경우 그 끝이란 신경전세포나 기타 개재신경과의 시냅스 지점을
말한다. 빛이 광수용기에 가해지면 그 끝에서 전달물질 방출이 감소하고 그러면
양극세포는 과분극 되거나 감분극 되는데 이에 따라 신경절세포에서는 보통
뉴런처럼 활동전위가 야기된다.
양극세포(Bipolar cell)가 망막에 있는 유일한 형태의 개재뉴런은 아니다. 사실
망막이란 상당히 복잡한 신경기제이다, 신경절세포는 망막에서 뇌로 들어가는
최후의 출력을 대표하는데, 이 신경절세포의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뉴런
간의 상호 연결이나 상호작용의 가능성은 매우 많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눈을 뇌
바깥에 있는 말초구조물로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 눈은 대부분 말초구조물이다.
그러나 눈의 핵심부분인 망막은 실제로는 뇌의 한 부분이다. 발생학적으로 볼 때
망막은 뇌의 일부가 발달하는 데 따라 돌출한 부분이며, 이것이 눈을 구성하는
다른 조직과 결합된 것이다. 그래서 망막은 시각정보 처리를 위해 고안된 축소형
말초두뇌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망막의 간상체, 추상체, 개재뉴런이 빛을 받아서 신경절세포의 활동으로 바꾸어
주는 기제는 복잡미묘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우리 뇌가 보는 것은 단지
신경절세포의 활동인 것이다. 진화과정에서 가장 홍미로운 역전현상이 척추동물의
망막에서 일어났다. 파충류와 양서류의 망막의 기본적 구성요소는 포유동물과
같지만 세포 간의 연결상태는 다르다. 예컨대 개구리의 시각계에서 실질적인
정보처리는 모두 망막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포유동물에서는 이것이 역전되어
망막에서 일어나는 정보처리는 아주 미미하다(색채시각은 예외이다 색채정보에
대한 핵심적 초기 부호화는 망막에서 이루어진다).
조그마한 광점을 척추동물의 눈에 비추어 주면, 렌즈는 그 자극이 망막의
특정한 지점에 상이 맺히도록 촛점을 맞추게 된다. 광점이 이동함에 따라 그
망막상도 역시 이동한다. 우리가 시신경 축색에 미세전극을 배치시킴으로써
신경절세포에서 일어나는 활동전위를 기록한다고 가정해 보자, 완전히 어두운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의 발화율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때 활동전위가 초당
1 회 정도 일어난다고 하자. 그런데 빛을 망막에 비추어 주면 그 자극이 몇 개의
간상체와 추상체를 활성화시키게 될 것이다. 만일 이들 세포가 우리가 기록하고
있는 신경절세포에 근접해 있고 망막의 신경회로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면, 그
빛자극은 우리가 기록하고 있는 신경절세포의 반응률에 영향을 줄 것이다.
신경회로에 따라 신경절세포는 흥분(발화율의 증가)할 수도 있고 억제(박화율의
감소)될 수도 있다. 이와같이 한 신경절세포의 반응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망막
표면의 영역을 그 세포의 수용야(receptive field)라고 한다.
포유동물의 경우 신경절세포의 수용야는 원형 또는 타원형이다. 사실
신경절세포의 수용야는 단지 두 가지 형태, 즉 "중심흥분, 주변억제 (on-center,
off-surround)"과 "중심억제, 주변흥분 (off-center, on-surround)" 의 두 형태만
존재한다, 각 신경절세포는 이 두 형태 중 한 가지 수용야만을 가지고 있다.
"중심흥분, 주변억제" 형태의 경우 광점이 수용야의 중심부를 비치게 되면 그
신경절세포는 흥분되어 반응률이 증가하고, "주변억제"영역으로 옮겨지게 되면
반응률이 감소하게 된다. "중심억제, 주변흥분"형태의 수용야는 이와 정반대로
작용한다.

색채정보를 제외하고 신경절세포의 이같은 단순한 반응유형이 뇌가 눈으로부터
얻는 정보의 모든 것이다. 빛의 강도는 신경절세포의 반응률에 의해 부호화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밝은 빛은 신경절세포의 반응률을 증가시킨다. 인간의
망막에는 외계의 완전한 상이 투사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망막에 분포하는
100만 개 가량의 신경절세포의 활동을 기록한다면, 외계의 상과 거의 완전하게
같은 상이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신경절세포는 단지 그 수용야에
재시된 빛의 양이 많은지 적은지만을 나타낼 뿐 그 이상의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하등 척추동물의 신경절세포의 수용야는 포유동물보다 훨씬 복잡하다.
개구리의 경우, 수많은 종류의 수용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시각적으로 유도된 개구리의 행동은 이들 수용야의 활동만 관찰해도 상당한 예측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한 수용야는 그 발견자인 MIT의 Jerome Lettvin에 의해
"벌레탐지기"(bug detector)라 명명되었다. 이 수용야를 지닌 신경절세포는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조그마하고 어두운 물체에 대해서만 반응한다. 그래서 파리와
같은 벌레가 날다가 개구리 망막에 투사되면 그 개구리는 혀를 내밀어서 파리를
잡으려고 한다. 이런 "먹이잡기" 행동은 "벌레탐지기" 신경절세포의 활동에 의해
격발된 것이다. 이런 경우, 시각자극의 의미 분석이 망막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개구리는 뇌에서 더 이상의 정보처리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파충퓨의 망막은 매우 구체적이고 특수하게 구성되게
되었다. 공룡은 뇌가 매우 작으면서도 고도의 시각능력을 가진 동물이었으리라
추측되며, 따라서 공룡의 망막은 그 자체로 거의 완전한 시각적 뇌의 기능을
수행하였으리라 짐작된다. 그런데 포유동물에서는 이와는 정반대되는 경향이
발달되었다, 육식동물이나 영장류와 같은 고등 포유동물은 가장 단순한
"흥분-억제" 형태의 수용야만 가지고 있으며, 시각정보 처리는 망막보다는 뇌에서
이루어진다.
경험이나 학습이 필요한 경우가 그런 경우인데, 매우 복잡한 시각적 정보처리를
수행해야만 하는 경우에는 망막으로는 역부족이며, 그런 정보처리는 뇌에서 수행될
수밖에 없다. 만일 망막에서만 시각자극의 부호화를 한다면, 우리는 글자를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망막에는 개개 철자에 해당하는 수용야를 지닌
신경절세포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철자나 단어를 보고
식별하는 것은 학습을 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포유동물의 망막에 있는 신경절세포의 반응은 실제로 바로 전에 설명한
것보다는 복잡한 것이다. 신경절세포에는 X, Y, W라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X세포와 Y세포는 둘다 앞에서 기술한 것과 같은 단순한 형태의 수용야를 가지고
있으나 W세포는 그렇지 않다. X세포의 세포체와 축색은 작으며 그 수용야도 상당히
작고 망막의 중앙부에 있다. 이 X세포는 망막에 투사되는 빛의 양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다. Y세포는 세포체가 크고, 수용야도 비교적 크며, 망막의 주변부에
분포하는 경향이 있으며, 주로 그 수용야 상의 운동에 반응한다. W 세포는 X세포나
Y세포보다 작으며, 그 축색은 정보를 비교적 느리게 전달한다. W세포는 광점 또는
암점에 의해 활성화 되는 특이한 성질을 지니고 있으나 그 기능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