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그래서 찾긴 찾았는데...6개월이 걸렸다.

논문을 찾으러 도서관에 갔다. 그 때가 1992년 6월이라고 기억된다. 분야는 일단 생물학, 의공학 관련으로 한정지었다. 물리만 하다가 이 쪽 분야를 보니 용어가 너무 생소하다.

석사 1년 과정으로서는 시험과 숙제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 할 수가 없었다.

이곳 과기원 물리과는 석사 1학년에게는 너무 잔혹하다. 1학년 시기에는 연구실 배정을 받지 못하고 학과 공부만 해야 되는 과정이다. 그리고 1년간의 성적을 합산하여 연말에 석차를 뽑고 그 성적으로 박사 진학과 더불어 실험실 배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마치 고3이 연상되는 분위기이다. 과제물의 분량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처음에는 학생들이 모든 문제를 직접 풀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이게 아니다 싶다. 그래서 나중에는 서로 분담하여 숙제 풀이를 하였다. 회상해보면 결코 좋은 제도가 아니다. 그리고 별 의미도 없었다. 새로이 배우는 내용도 미비하고..., 가장 창의력에 불이 붙어있는 젊은 시기의 학생들에게 찬물을 끼얹어 버리는 느낌이었다. 과기원에서 가장 실망한 것 중의 하나였다.

연구와 공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여름방학에는 그 나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이 때를 이용해 도서관에서 자료를 집중적으로 찾았고 (계속 그 ..굉장한 단순 노가다) 신경과학 계통의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였다. 남이 보면 완전히 뒷북 치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꼭 공부 못하는 애가 시험 끝나고 도서관 간다고 .. 내가 그 꼴이었다.

어쨌든 이 당시 공부한 것이 그나마 석사 1년 동안에 한 일 중 가장 보람 있었다는 느낌이다.

이 당시 공부한 내용은 인공시각 외에도 한가지 중요한 것이 이었는데, 도서관에서 인공시각 관련자료를 찾다가 엉뚱한 것을 찾은 것이 원인이었다. 월간 '과학, Newton' 이라는 잡지였는데 일본의 '무샤'라는 교수가 개발한 "쌍극자 추적법"이라는 것이다. 이는 뇌파를 이용하여 활동하는 뇌세포의 3차원좌표를 찾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내가 접해봤던 뇌파 관련 기사는 사이비 같은 이야기들이 주류였기에 물리적인 접근은 힘들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기사에 따르면 이건 굉장하다는 느낌과 함께, 나도 독자적으로 개발해 봐야지 하는 묘한 오기 같은 것이 발동하는 거다.

그래서 뉴런의 흥분성 전류에 대한 물리적 모델링을 시도해 보고 나도 뇌파를 이용하여 활동뉴런의 3차원 좌표를 찾는 연구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것만 가능하다면 사람의 생각도 일어낼 수 있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감도 부풀고 있었다. 그러나, 과기원 내의 실험실 어디에도 뇌파측정기는 없었고, 또한 일반 병원에서 사용하는 뇌파측정기와도 다른 것 이었기에 사실 그 당시는 무모한 백일몽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여름 방학은 뉴런활동의 전자기 모델의 이론적인 공부와 논문 찾는데 모든 시간을 보냈다.

무더운 여름도 잠시, 곧 가을이 왔고... 제법 추워진 11월에 드디어 논문을 찾았다. 6개월 간의 무식한 노가다가 끝났다.

논문 사본에 입수 날짜를 기록해 두었다.

"1992년 11월 23일 입수..."

저널도 굉장히 좋은 네이처(Nature, Vol. 259, January 15, 1976) 지 1976년 이었다. (참고로 네이처 지는 자연과학 계통에서 아마 가장 훌륭한 저널이 아닌가 싶다. 기본적으로 연구의 창의성이 주된 심사 기준이다. 국내 에서 네이처지에 실리는 빈도는 몇 년에 한번 뿐이다.)

논문 제목은 'Bralle' reading by a blind volunteer by visual cortex stimulation 번역하자면 '맹인 자원자에게 시각피질을 자극하여 점자를 읽게 하다.'정도 되겠다.

15년전 코 흘리던 시절에 보았던 '학생과학'에서 보았던 것과 유사하다는 느낌과 함께 묘한 흥분이 느껴진다.

논문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태어날 때부터 맹인인 사람의 후두엽에 수술을 통해 전기자극 전극을 삽입하고

각각의 전극에 점자 모양의 전기 자극을 가하면, 그 맹인은 손가락으로 인지하던 점자를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연구내용은 전극의 갯수를 늘리고 영상신호를 주게 될 것이다"

다음 그림은 이 논문에 실린 환자 머리의 X-ray사진이다.
가로, 세로 8개씩 격자 모양으로 배치된 64개의 전극이 환자의 뇌 후두엽에 삽입되어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1차 시각피질' 이라고 불리는 부분이다.( 이 영역은 망막에서의 빛 감지 신경세포의 공간적 영상분포를 꼬임이 없이 일대일 대응시킨다. )

그리고, 그림 왼쪽에 외부로 연결하는 커넥터가 보인다.

이 커넥터를 통하여 전기신호를 전달한다.

그리고, 다음은 'Science(1974년 2월)'지에서 찾은 논문에 실린 X-ray 사진이다. 비슷한 연구가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다.


이전 이야기로 가기, 다음 이야기로가기


홈페이지로 가기 , 개인소개로가기


Brain Master Information Center

최종 수정일 1996년 12월 06일
배병훈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뇌 과학 연구실
E-Mail : bhbae@mul5.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