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자기장을 이용하면...
간절히 찾고 싶었던 논문을 찾고 나서 그 외 관련된 여러가지 논문을 많이 입수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뇌 속에 전극을 삽입한다는 것이 좀 그렇다. 외과적 수술을 거쳐야 하고 또한 전극에 영상 신호를 주기 위해서는 머리에 구멍을 뚫고 커넥터를 달아야 하는데... 혐오스럽다.
전극과 신경세포를 직접 접촉시키지 않고 신경세포를 흥분시키는 새로운 방법이 없을까?
이것이 가능하면 외과적 수술이 없이도 간단히 헬멧 타잎의 신경자극기를 착용하면 ... 거의 생각이 공상과학 처럼 진행되고 있었다.
다음을 만족하는 범위 내의 어떤 물리량을 선택해야 되는 상황이다.
유일하게 떠오르는 생각은 자기장이었다. 자기장은 일단 두개골을 잘 투과하고 자기장의 시간 변화는 전기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악몽의 석사 1년 마지막 시험인 기말고사가 12월말에 끝이 났다.
자기장을 이용한 신경자극기와 관련된 논문이 있는지 조사하러 도서관에 갔다.
이번에는 이전과는 달리 조금 세련된 방법으로 논문을 찾을 수 있었다. 도서관의 전산시스템을 이용하는게 익숙해 졌기 때문이다.
역시 있었다.
자기장을 이용하여 뇌의 운동영역을 자극하여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실험장치가 논문에 발표되어 있었다.
만일 이것을 사람의 후두엽의 시각피질을 자극하면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서도 섬광을 보게 할 수 있고, 몸의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신경을 자극하면 해당하는 근육이 움직일 것이고...
모든 것이 해결될거 같다.
이걸로 하자!
1993년 1월 논문에 나와 있는 장치를 직접 만들기로 함.
내가 들어간 실험실은 "센서공학 연구실"이란 곳이었고, 그 당시 "이미지프로세싱"과 "Global Positioning System"관련 연구가 진행되던, 물리와는 관련이 없는 분야의 연구였다. 다행히 전자 회로 작업을 할 만한 작업실이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몇 가지 전자 부품들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이 새로 구입해야 하는 것들이다.
대부분의 모르는 사람들은 이곳 과기원이 연구비가 많고,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 하는데(나의 경우는 황당한 연구로 보이겠지만...) 있어서, 아낌없이 연구비를 지원하는 줄 알고 있겠지만...,
비참하게도 전혀 아니다.
실험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연구비란 한정되어 있다. 정부에서 1년 단위로 학생에게 배당되는 기본 연구비라고 해봤자 연습장이나 살 수 있을까 ? (금액은 밝힐 수 없음, 쪽 팔려서...)
그래서, 각 실험실들은 정부기관 등으로 부터 연구 프로젝트를 따내지 못하면, 제대로 된 실험 기자재는 구입할 수도 없다.
요즈음 연구 추세가 갈수록 실험이나 장비 개발 분야가 감소 되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시뮬레이션이나 계산 위주의 연구가 많아지는 것의 한가지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컴퓨터를 이용한 연구는 비싼 실험기기가 필요 없고 학생의 노동력만 있으면 되니까....
답답한 현실이다.
나의 경우에도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경로가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실험실에 갓 들어온 학생이 마음대로 연구비 쓰게 내버려 두지도 않을 것이고...
선택은 한가지 뿐이다.
내 돈 쓸 수 밖에...
또 힘든 문제는 이곳 대전에는 전자부품을 파는 곳이 없다. 전자회로 작업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참 만들다 보면 미처 생각지 못한 부품이 필요하게 되고 그러면 그 부품이 들어올 때까지 모든 작업이 중단된다.
1월 초부터 작업에 들어 갔다.
맹인들에게 빛을 보게 해준다는 굉장한 꿈을 꾸면서 .
만들어야 할 것들은 고전압(1000V) 발생기, 전하를 저장할 컨덴서 뭉치들, 전하 방전을 제어하는 컨터롤부, 컨덴서를 역 전류로부터 보호하는 보호 다이오드,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신경자극코일.
보통 작업은 한밤 중에 이뤄진다. 하나 하나 만들어 가면서 추가로 필요한 부품을 적어둔다.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에 첫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간다. 차안에서 자는 잠은 너무 달다. 서울 용산전자상가나 세운상가에 가서 하루 종일 필요한 부품을 산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다시 고속 버스를 타고 내려온다. 이때 또 잠을 자둔다. 그날 밤에 또 작업을 한다. 그 때는 체력도 좋았다. 또, 밤에 작업해서 좋은 점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낮에는 보통 쓸데 없는 일이 많이 생긴다. 또한, 장치가 고압을 다루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여(사망까지 갈 수 있음) 낮에는 사람도 많고 하여 위험 할거 같았다.
이런 식으로 거의 3주일을 보냈다. 이때부터 거의 모든 생활이 밤에 이뤄지게 된거 같다. 요즈음도 낮에는 정신이 몽롱하다.
1월 말, 드디어 완성되었다.
이제 기기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고압 방출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엄청 긴장된다. 무섭고.
만일 코일 설계를 잘못하여 전류를 견디지 못하면 거의 폭탄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처음에는 코일에 사람 머리를 두지 않고 나침반을 이용하여 자기장이 발생하는지 기계 작동 검사를 해보았다.
먼저 고압장치를 이용하여 축전기의 전압을 서서히 증가 시키면서 코일 방전 시험을 했다. 처음엔 50V 까지만 올렸다. 콘터롤부의 빨간색 스위치를 누르면 코일로 전류가 흐른다.
스위치를 눌렀다.
약간의 기계진동음 만이 나고 폭발하지는 않았다. 나침반 바늘이 심하게 움직인다. 최종적으로 1000V 까지 올려도 코일은 무사하였다.
잘 만들었네...
이제 실제 사람을 이용한 테스트만 남아 있었다.
최종 수정일 1996년 12월 14일 배병훈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뇌 과학 연구실 E-Mail : bhbae@mul5.kaist.ac.kr